우리는 매우 어렸을 때부터 소위 ‘끼리끼리 논다’라는 말을 알고 있었고 사용도 해 왔다. 그에 상응하는 고사성어가 근묵자흑 근주자적(近墨者黑 近朱者赤)이다. 어느 집단에 가든 유사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소규모 집단을 이루고 있음을 본다. 아니면 유사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을 동호회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고사성어의 더 깊은 의미로 들어가 보자.
‘근묵자흑 근주자적’ 단어 풀이
근묵자흑과 근주자적은 동일한 패턴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이다. 일단 근묵자흑을 보면 가까울 근(近), 먹 묵(墨), 놈 자(者), 검을 흑(黑)이다. 그래서 근묵자, 먹을 가까이 한 사람은 흑, 검어진다는 의미이다. 먹을 갈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필연적으로 손이나 얼굴 혹은 옷 등에 먹이 튀어 검어지게 되어 있다. 동일한 의미로 가까울 근(近), 붉을 주(朱), 놈 자(者), 붉을 적(赤)이 있다. 붉은 물건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붉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검은 것과 가까이하는데 희어지거나 붉어지지 않고 검어진다는 것이고 붉은 물건을 만지작 거리면 역시 노란색이나 파란색이 되는 것이 아니고 붉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말이다.
더 깊은 의미
그렇다면 현대에 와서는 이 고사성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하면 될까. 결국 주요한 맥락은 내가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추구하는 신념이나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첫 번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목표와 방향을 정한 이후에 유사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깊은 교류를 하면서 더 심화시키며 강화해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아무런 가치관과 신념이 없는 상태에서 잘못된 가치관과 신념을 따라 사는 사람들과 어울린다면 나도 그들과 유사하게 잘못된 삶의 방향이 내 앞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내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에 따라서 내 삶도 그들과 유사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고사성어가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있다.
나쁜 사람들
우리 주변에는 참 착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나쁜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그 나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역시 부정적인 사람들도 많이 있음을 본다. 그야말로 근주자적 근묵자흑(近墨者黑 近朱者赤)인 것이다. 특히나 현대는 높은 경쟁 사회이다 보니 ‘가치관’이나 ‘신념’이라는 단어보다는 ‘돈’이 우선순위에 있는 경우도 왕왕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수익’이 곧 ‘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로 근묵자흑 근주자적이 발생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돈’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돈’이 만약 ‘인간성’ 보다 중요하게 생각이 된다면 그 지점이 바로 근주자적 근묵자흑(近墨者黑 近朱者赤)을 한 번쯤 되새겨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검은 것과 붉은 것에 가까이 가서도 안 될 것이고 내가 그 검은 것과 붉은 것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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