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가운데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이 있다. 이 사자성어를 우리는 통상적으로 ‘내 논에 물 대기’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이 말은 극도의 이기주의를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결국 아전인수(我田引水)는 매우 부정적인 말로 사용되고 있으며 아전인수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첫 선입견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오늘은 이 아전인수(我田引水)의 뜻을 살펴보고 과연 ‘내 논에 물 대기’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알아본다.
아전인수의 뜻풀이
아전인수(我田引水)를 단어 하나하나 뜯어서 살펴보도록 하자. ‘아’는 나 아(我)로 나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자아(自我)를 말할 때도 사용된다. ‘전’은 밭 전(田)으로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에서도 사용되는 단어이다. ‘인’은 끌 인(引)으로 고장 난 자동차를 끌고 가는 견인차(牽引車)에서 사용되는 단어이다. 마지막으로 ‘수’는 누구나 다 아는 단어인 물 수(水)이다. 마시는 물을 의미하는 식수(食水)에서 그 용례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이 뜻을 그대로 묶으면 ‘내 밭에 물을 끌어들인다’로 해석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아무도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내 논에 물 대기로 해석한다.
아전인수가 사용되는 이유
그래서 아전인수(我田引水)를 직역하면 ‘내 논에 물 대기’가 아니라 ‘내 밭에 물 대기’로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 왜 내 논에 물 대기라고 말하는가? 그 이유는 이 사자성어의 유래가 일본이라는데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밭을 말하는 한자는 밭 전(田)이고 논을 말하는 한자는 논 답(畓)이다. 우리는 이렇게 전답(田畓)을 확실하게 구분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일본은 논을 답(畓)이라고 하지 않고 두 글자를 합쳐서 수전(水田)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물이 없으면 밭이고 그 밭에 물을 들이면 논이 되는 한자 구조이다. 결국 일반적인 한자표현으로 사용하자면 아답인수(我畓引水)가 맞는 말인데 일본식 한자의 영향으로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우리가 명확하게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전인수
그래서 아전인수(我田引水)가 맞는 말인지 아니면 아답인수(我畓引水) 맞는 말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그 의미는 매우 부정적이고 심하게 이기적이다. 한정된 물을 내 논으로만 끌어들인다면 주변의 논 주인들은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나만 잘 먹고 잘 살게 된다면 비록 그 방법이 어떻든 간에, 비록 주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농촌에 가면 이웃 간에 사소한 의견 차이로 아전인수(我田引水)를 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혹은 귀농이나 귀촌한 사람들에게 아전인수(我田引水)를 시전 해서 결국 정착하지 못하여 떠나게 하는 사례도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것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그 열심히나 성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열심과 성실이라면 그것은 절대로 장점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민족적으로 치명적인 단점이고 상종하지 못할 사람들이라는 평을 받게 될 것이다. 내가 혹시 아전인수(我田引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만약 조금이라고 그런 일이 있다면 반드시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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