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왕시에 모락산이 자리하고 있다. 모락산은 해발 385미터로 자그마한 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락산 정상에 올라가면 관악산도 보이고 눈을 뒤로 돌리면 백운산 청계산 바라산 등 많은 산들이 보인다. 그 385미터의 모락산에 오르니 가을이 어느 정도 깊이로 우리 곁에 다가왔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낙엽으로 덮인 등산길

정상으로 올라가는 7부 능선쯤 가니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윗길, 아랫길 어디로 가든 결국 같은 길과 만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지금 이 길을 보고 있으면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흙길이었다. 그리고 한 달 이후 길 위로 낙엽이 수북하게 떨어져 등산길이 낙엽길이 되었다. 산 길에 익숙한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덕분이 길을 확인할 수 있다. 갈색으로 뒤덮인 길과 그 갈색을 밟을 때 나는 소리와 냄새가 가을이 이미 깊어지고 있음을 실감 나게 한다.
달라진 산의 색깔

그리고 9부 능선쯤 올라갔다. 뒤를 돌아보니 넘어온 봉우리가 보인다. 그 봉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나무들이 고유의 색깔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더러는 갈색의 길로 가고 또 다른 무리는 노란색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아직 짱짱한 녀석들은 여전히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더러는 고사목으로 보이는 나무들도 하얀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그 와중에 좌측 상단에는 나도 쳐다봐 달라며 앙상하게 마른 이파리 몇 개가 얕은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다. 이도 또한 가을의 느낌이 강하게 주고 있다.
알록달록한 산과 건조한 아파트 단지

그렇게 산은 알록달록하게 변모하며 자신의 살아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생명의 현장 너머에는 아파트 단지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물론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또 다른 꿈틀거림이 있겠으나 이렇게 보니 무미건조해 보이기까지 한다. 색의 대조가 너무도 뚜렷하다. 날이 흐려 가까이는 선명하게 보이고 상대적으로 멀리 있는 아파트 단지는 뿌옇게 보여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그런 대조 속에서도 가을의 정취가 흠뻑 느껴진다. 385미터의 가벼운 산행이었지만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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