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친일파’라는 말은 매우 수치스러운 단어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너는 친일파야’라는 말을 한다면 자칫 위험한 상황을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와서 그 금기시되는 ‘친일파’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일본에 대한 가치 기준이 매우 긍정적임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일명 자기 자신이 친일파임을 당당히 밝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관계
대한민국은 일본과 특별한 역사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바로 불법적 강제 합병과 그에 따르는 식민 지배의 역사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국민 가운데 상당수는 일본에 대해서, 정확히 말하면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일본인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대한민국 국민이 가지는 일본에 대한 보편적 정서이고 시각인 것이다. 물론 일본의 극우 세력들도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이 싫어하는 국가 가운데 일본은 늘 최상위권에 있다. 또한 대한민국을 싫어하는 국가 가운데 일본은 항상 최상위권에 있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를 극도로 싫어하는 것이다.
나는 친일파입니다
2024년에 들어와 이러한 대한민국에 매우 낯선 풍경이 연이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독립기념관장을 비롯해서 역사 관련 공공기관의 장 및 정부부처 공직자들 가운데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에 대한 기본 개념을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이다. 1945년에 해방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1948년 정부수립일 이전에 살던 국민들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대답을 한다. 왜냐하면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이고 이때부터 대한민국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불법적 일제 강점기 시절의 일본 정부는 대한민국을 수탈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가치관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친일파’라는 단어와 연관시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말을 하건 ‘나는 친일파입니다’로만 들린다.
2024년의 신 풍속도
세대가 바뀌면 새로운 문화가 생겨난다. 그것을 본 기성세대는 신풍속도라는 말로 낯선 현상을 설명하기도 한다. 2024년에 생긴 새로운 풍속도가 있다. 일본이 주장하는 것을 매우 유사게 주장하는 것이다. 심지어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정확히 동일하게 일본의 주장을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한 신 풍속도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주장을 가만히 들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일본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우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일본에 대해서 그리고 일본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보다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설명조차도 일본이 주장하는 바와 너무도 동일하다. 그리고 안타까운 것은 이미 일본에 의해서 왜곡되고 편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주장에 동화된 결과를 옮긴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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