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 100대 명산 가운데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은 산이 관악산과 청계산이다. 청계산을 어떻게 갈까 생각하다가 처음으로 원점회귀가 아닌 산을 타고 건너편으로 넘어 가보는 계획을 세웠다. 등린이 주제에 야무진 생각을 한 것이다. 워낙 등산 초보라 살짝 무서운 생각과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워낙 산이라는 것이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는 신비한 매력을 가진 곳임을 경험했기에 내 실력으로는 무모하지만 과감하게 도전하기로 했다. 코스는 원터골에서 출발해서 정상인 매봉을 찍고 다시 내려오다 좌회전해서 옥녀봉을 갔다가 왼쪽으로 돌아 서울랜드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청계산 들머리
오랜 계획 끝에 드디어 시작된 청계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나, 들머리에 도착하니 11시 그리고 현재 기온이 34도란다. 그래도 사진으로만 보던 그리고 등산 유튜버들이 찍은 영상으로만 보던 원터골 입구에 도착했다. 서울시 서초구에서 시작된 산행이다. 초입에는 완만한 경사길로 워밍업 하기에 좋은 길이었다. 그리고 유명한 산답게 이정표도 매우 잘 되어 있었다. 등산코스가 여러 개가 있지만 워낙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큰 비극을 만들어낼 줄은 지금까지는 몰랐다.
폭염과 계단의 콜라보
워밍업 코스가 끝나기 무섭게 계단이 시작되었다. 청계산 전체를 계단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될 정도로 계단이 많았다. 그 계단에는 돌계단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섭씨 34도의 날씨에 엄청난 계단이 협공을 해 왔다. 안 그래도 저질 체력이라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무시무시한 폭염과 계단의 콜라보는 어지럼증을 유발할 정도로 맹공을 퍼부었다. 조금 진부한 생각이지만 그럴 때마다 속으로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를 되새기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랬더니 보상이라도 하듯 돌문바위가 떡~하고 나타났다. 돌문바위에 올라서니 그나마 바람이 좀 분다. 여기까지 온 힘을 짜내어 올라온 것을 보상이라도 해 주는 듯하다.
매바위와 정상
돌문바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숨 돌린 후 다시 산행을 시작하자 해발 578m에 있는 매바위가 나타났다. 청계산에는 여기가 포토존이다.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선다고 한다. 명불허전이었다. 매바위에 서서 그 앞 전경을 보니 지금까지 힘든 것이 모두 보상이 된 듯한 뷰를 볼 수 있었다. 매바위에서 100m만 더 가면 매봉이 나온다. 원래 청계산 정상은 618m의 만경대이다. 그런데 지금은 군사시설이 있어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매봉이 정상이 된 것이다. 참고로 매봉은 582.5m. 매봉에서 다시 내려오다 헬기장에서 좌측으로 2km 남짓을 가면 375m의 옥녀봉이 나온다. 여기서 직진해야 하는데 길을 잘못 선택해서 다시 헬기장 쪽으로 800m 정도를 되돌아와 쪽문을 통해 샛길로 빠졌다. 그리고 비극이 시작되었다. 등산길이 있기는 했는데 사람이 잘 다니지 않은 듯 보였다. 더러는 길이 끊겨서 수시로 스마트폰의 앱을 확인하며 전진했다. 그러게 1시간 30분가량을 길을 헤치며 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등산길. 이정표를 보니 좌측으로 가면 옥녀봉 우측으로 가면 서울랜드가 나온다고 한다. 마침 옥녀봉 방향에서 내려오는 분께 물어보니 옥녀봉에서 30분가량 걸렸다고 한다. 30분이면 올 거리를 1시간 30분 동안 길인 듯 길이 아닌듯한 곳을 헤쳐 나온 것이다. 그렇게 서울랜드 후문 주차장에 도착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긴장이 풀리며 극도의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렇게 청계산 타고 넘기가 끝났다. 원터골에서 매봉-옥녀봉-서울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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