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벌어진 일’이라는 이 표현은 정치인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상투적인 표현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수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고 표현하면 무마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되나?
실수라고 말한 것은 인정한다는 의미
상대방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 ‘그것은 실수로 발생한 일이야’라고 대답했다는 것은 곧 상대방의 지적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 된다. 실수라는 말은 그 일이 발생했던 것은 사실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그 사실이 벌어진 것이 고의가 아니고 착오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 ‘앗 그것은 나의 실수’라고 대답했다면 그 말은 곧 벌어진 일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의와 착오의 차이
어떤 사람이 한국여자대학교를 졸업했는데 이력서에 한국대학교라고 적었다면 그것은 고의인가 아니면 착오인가?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에 벌어진 실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매우 일반적으로 이러한 실수를 하는 사람들은 없다. 만약 누군가 한국여자대학교를 졸업했으면서 한국대학교를 졸업했다고 말했다면 그 안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사연들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무수히 많은 사연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고의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여자대학교를 졸업했으면서 한국대학교를 졸업했다고 이력서를 작성한 것을 실수라고 말하는 것은 그 말 자체가 실수인 것이다.
최근에 벌어진 실수
이 이야기는 어떤 유력 대선주자의 아내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모 대학 강사직에 지원을 하면서 이력서에 ‘한림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교육부는 그녀의 한림대학교 재직 이력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그 유력 대선주자가 나서서 허위 경력 증명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제시한 증거가 ‘한림성심대학’의 경력증명서이다. 이에 대해서 그 대선주자의 캠프에서 해명한 발언이 ‘이름이 비슷한 대학으로 표기 오류’이다. 그러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2년 제인 한림성심대학에서 강의를 했던 경력으로 4년 제인 한림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고 이력서에 적었고 그것은 이름이 비슷해서 발생한 오류였다는 것이다. 결국 그 대선주자의 캠프에서는 착오로 인한, 고의성이 없는 실수였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 말을 해석하면 동기는 확인할 수 없지만 결과는 명백히 허위기재가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허위로 기재한 이력을 바탕으로 무엇인가 다음 단계의 목표를 성취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력서를 실수로 작성한 것이 결론적으로 당사자에게 이익으로 작용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하지만 실수였기 때문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잘못한 부분에 대한 아무런 책임은 지지 않고 이익만 챙기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이 실수이고 이러한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가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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